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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Vietnam

한 학기에 온라인(화상), 오프라인 한국어 수업을 모두 하며 느낀 장단점

Like A Korean 2020. 5. 22. 01:50

  안녕하세요? 베트남 호찌민에 살고 있는 한국어 선생님입니다. 오늘은 한 학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모두 해보면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올해 첫 학기는 약 한 달 간의 온라인 수업, 한 달 간의 오프라인 수업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제가 살고 있는 베트남 호찌민도 교육부의 지령에 따라 올해(2020년) 초 한국어 수업 개강을 계속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첫 한 달은 온라인으로, 그리고 상황이 진정된 후 한 달은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됐습니다.


I 온라인 수업의 장, 단점 (2020년 현재 기준으로 느낀 온 오프라인의 장단점입니다.)

 

  온라인 수업의 단점은 아무래도 PC나 인터넷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해외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수업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다 괜찮은데 어떤 학생은 소리가 안 들린다거나, 마이크가 안 된다거나, 선생님이 공유한 화면이 잘 안 보인다거나 하는 상황들이 그 예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온라인 수업 플랫폼이나 제반 시스템도 불안정한 상황이었습니다. 또 온라인 상에서는 선생님과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교감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학생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온라인 수업을 하면 PC나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 때로는 장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친화적 환경 때문에 학생들에게 매 수업의 녹화 영상과 자료를 수시로 공유하기가 더 편했습니다. 또, 단톡 방 등을 통해 선생님과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서로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형성도 더 쉬웠고요. 이러한 온라인 친화적 환경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문제 상황들에 대한 대책이 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수업 중에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공유된 수업 자료와 녹화 영상을 통해 학습자 스스로 복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다양해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온라인 수업에서 오히려 교사와 학습자의 소통이 더 빨라졌다고 볼 수도 있지요.  

 

재택근무로 집에서 하는 온라인 한국어 수업


I 온라인 수업으로 달라진 점

 

  오프라인 수업과 가장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학생의 학습 의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자세, 표정 등 비언어적 요소들을 통한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집니다. 학생들의 표정을 보며 이해를 했는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알고 완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서의 비언어적 소통은 언제든 켜고 끌 수 있는 캠 카메라와 마이크만을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학생이 누워있거나 졸고 있어도 교사가 관여할 수 없는 환경이 된 셈이죠. 실제로 제 수업 시간 중에 다른 온라인 수업에도 동시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부르면 그제야 깜짝 놀라 대답하곤 했죠. 따라서 학생 본인이 얼마나 수업에 의지를 가지고 집중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학생 스스로 수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해야 합니다.  

 

  교사의 역할 또한 변화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교사는 학습자의 학습 동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수시로 학습자와 소통해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의 학습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학습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하고, 수업 시간 외에도 학생들과 소통하며 질의 응답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온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도구를 다루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실제로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보다 더 많은 수업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 맞는 단체 사진 찍기


 

I 온라인 수업 중 에피소드

  첫 온라인 수업을 개강했던 날,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우리는 마치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광경을 본 것처럼 함께 기뻐했습니다. 당시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한 첫 화상수업이었기 때문에 수업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들도 있었고 문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프라인 개강이 네 번이나 미뤄진 터라 하루라도 빨리 온라인 개강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서둘러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과 전 직원이 힘을 모아 하나가 되어 함께 개강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 '같이의 가치'를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지요.

  오랜만에 화상으로 만난 학생들은 여전히 너무나도 귀여웠습니다. 환영사를 시작으로 현지 직원의 안내, 3시간의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동료 선생님들이 함께 제 수업을 모니터링을 해주셨습니다. 퇴근 시간이 훌쩍 넘은 저녁 시간인데도 모두들 함께 응원해주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온라인 화상 한국어 수업(초급2A) 개강날


I 학습자 반응 중 인상 깊었던 것

  온라인 수업이 처음인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수업 등록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학생들의 거리낌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후기 공모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그때 우수작으로 뽑힌 한 학생의 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즈니스 한국어' 과정을 들은 후기를 운율에 맞는 시로 지어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베트남어로 된 긴 시의 일부 내용을 번역해 드릴게요.

 

"온라인 수업은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수업은 “마약 수업”이다  

안 들으면 후회한다 

바빠서 수업을 못 들어도 걱정하지 마라 

수업을 못 들으면 자료를 받을 수 있다 

공부한 걸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온라인 수업은 소통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소통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다 

첫 수업만 듣고도 

수업이 끝나면 바로 대기업에 취업될 것 같은 기분이다"

 

   미래에는 모든 학습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고 오프라인에서는 토론이나 활동만 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거라고들 합니다. 이번 온라인 수업은 코로나 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배제하고 온라인 수업을 본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려 온라인에서 효과적으로 배우고 오프라인에서 따뜻한 교류를 나누는 더 선진화된 학습 환경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